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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회 - 나우주 소설집 - 감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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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병현
댓글 0건 조회 107회 작성일 23-10-30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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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목차

  • 코쿤룸
  • 집구석 환경 조사서
  • 클리타임네스트라
  • 기억의 제단(祭壇)
  • 아름다운 나의 도시
  • 조용한 시장(市場)
  • 안락사회
  • 봄의 시(詩)
  • 해설
  • 작가의말


별점 및 이유


9점


사회의 어두운 모습을 현실적으로 아주 잘 담아내었다.




인상 깊었던 문장 4개


보편의 기준을 따라가려고 할수록 생은 언제나 빠듯하고 벅찼다. - 집구석 환경 조사서


내가 만난 서울 사람들은 강남구와 주변의 몇 개 구역만을 강남으로 그 외의 지역은 전부 강북이라는 듯 말했다. 강남은 지역적 명칭이 아니라 일종이 상징이었다. - 아름다운 나의 도시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아요. 무서워요. 다시 그렇게 쥐어짜며 살 내가 싫어요. 다르게 사는 방법을 모릅니다." "보통만 하며 사세요." 소리 지르고 싶었다. 보통이 얼마나 힘든 건데요! 말을 삼키고 입술만 깨물었다. - 봄의 시


눈에 보이는 어느 나무나 어느 풀잎이나 우월할 것도 열등할 것도 없이 평등했다. 자체로 온전했다. 살아 있었다. 너무나 분명하게 살아 있어 나는 머쓱해졌다. 나 역시 자연임에도 어째서 분명치 못한 존재감으로 서 있나. 어느 때엔 우월해지고 어느 때엔 열등해지나. 자괴감이 밀려왔다. - 봄의 시




주제


도시 속, 존재하는지도 가끔은 잊어버리는, 보편적 불행들





감상


코쿤룸


 주인공의 인생은 어딘가 꼬여있다. 그러나 어디서부터 꼬인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매듭의 시작을 찾으려해도 얽키고 섥킨 가족사 속에선 해결의 실마리를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마치 고르디우스의 매듭 같다. 주인공, 그리고 주인공의 가족이 이렇게 된 것은 과연 누구의 탓일까? 술에 취해 엄마에게 폭력을 행사한 샌님 아빠의 탓일까? 아니면 억척스러운 엄마의 탓일까? 아니면 엄마가 다락방에 숨었다고 털어놓은 주인공의 탓일까? 아니면 동생의 탓일까? 누군가를 탓하려다가도, 그들 각각의 인생, 그리고 그들이 모여 만든 가족사를 잠자코 들여다보면 그 누구의 탓도 아님을 깨닫는다.

 주인공은 스스로 모든 것을 책임지고 있는 그대로 상황을 받아들이는 어려운 방법 대신 쉬운 방법을 택한다. 죽음으로써 회피한 것이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푸는 대신 칼로 끊었다. 그렇다면 주인공은 매듭을 끊어낸 것일까? 주인공 사후에도 매듭은 여전히 남아있을 것이다. 주인공은 단지 매듭으로부터 도망간 것에 불과하다.

 주인공의 자살이 과연 옳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가치 판단 자체가 불가능한 영역일 수도 있다. 다만 내가 주인공과 같은 상황이었다면, 막막한 심경을 붙들어매고 다시 삶을 살아갈 것 같다. 그것이 나, 그리고 나와 복잡하게 얽혀있는 주변 사람들에 대한 책임지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상 대부분 사람들은 이 무거운 바위를 지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니깐.


집구석 환경 조사서


 '코쿤룸'과 비슷한 단편이다. 다만 이 단편의 주인공은 삶을 꿋꿋이 살아간다는 차이가 있다. 심지어 '코쿤룸'의 주인공보다 경제적 형편이 더 좋지 않음에도! ('코쿤룸' 속 주인공의 가족은 적어도 경제적인 어려움은 겪지 않았다). '코쿤룸' 속에서 나타난 "집구석의 비극은 대부분 누구 하나의 탓이 아니라는 사실"이 이 소설에서는 주인공의 생각을 통해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어디서부터 꼬인 것인지 가늠조차 어려운, 그리고 누구의 탓도 아닌 집구석의 비극이 덤덤하게 묘사된다. 주인공의 삶에는 잔잔한 비극이 깊게 스며들어 있다. 주인공이 삶을 사는 걸까, 아니면 주인공의 삶이 살아지는 걸까? 주인공 가족의 삶은? 오중이네 가족의 삶은? 우리는 때때로 삶이 주체인지 객체인지 잊고 산다. 과연 잊어버린 걸까 아니면 기억하고 싶지 않은걸까? 어쩌면 그걸 고민하기에는 삶 자체로 이미 너무 벅찬 건 아닐까? 잔잔한 비극을 안고 사는 우리들에게 묻고 싶다. 우리는 삶의 무게를 견딜 용기를 어디서 얻고 있는 걸까?

(한편으론 이를 비극으로 칭하는 것 자체가 오만한 평가에 불과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이것이 삶의 본질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총평


 처음 4개의 단편은 보편적 가정의 보편적 비극을 적나게하게, 그렇지만 담담하게 묘사한다. 그 비극은 잔잔하고, '있을 법하다'. 그래서 더 소름끼치고, 불편감이 느껴진다. 글을 읽으며 문득 프리다 칼로의 '두 명의 프리다'가 떠올랐다. 가족과 나는 떼어내고 싶을 지라도 떼어낼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물론 법적으로, 공간적으로는 떼어낼 수 있다. 그러나 감정적으로는 절대로 떼어낼 수 없다. 나라는 개인을 둘러싼 가장 가까운 사회가 바로 가족이므로 미련과 후회, 책임감 등 복잡한 감정의 덩어리가 여전히 가슴 속에 남아 있을 테다.

 나머지 단편도 '있을 법한' 얘기들이었다. 이 잔인한 현실성이 이야기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각 단편에서 주인공들이 주변을 둘러보는 장면이 꼭 나온다. '나'는 불행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고 있건만, 도시의 일상은 무심하게도 척척 흘러간다. 마치 내 불행이 존재한 적도 없는 것 마냥. 개인에게 도시는 너무나 거대한 사회다. 개인의 불행은 도시의 눈금에선 0에 불과하다. 그래서 도시의 사람들이 무력감과 고독함을 느끼는 건 아닐까.

 문장 하나하나가 묵직했다. 불필요한 문장이 보이지 않았다. 작가의 고뇌와 문학적 능력을 엿볼 수 있었다. 또한 문장 속에 비유가 많이 녹아 있어, 그걸 찾는 재미가 있었다.

 한편 책을 읽으며 안나 카레리나의 유명한 첫 문장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가 떠올랐다. 세상엔 다양한 종류의 행복이 있지만, 불행은 그보다 다양하다. 단편 속 주인공들도 각기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


잡설 - 락스에 대하여


 이 소설에는 락스가 자주 등장한다. 락스는 우리에게 친숙한 사물이다. 우리는 청결을 위해 락스를 사용한다. 락스는 화장실의 물때를 녹여내고, 살균 작용을 한다. 락스는 음독에도 사용된다. 락스는 똑같이 때를 녹여내고, 살균 작용을 하지만 이제는 대상이 달라진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락스로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녹이려 한다. 인생의 오점, 얼룩을 락스로 지우려 한다. 그러나 락스에는 특기할 점이 하나 있다. 락스는 자살 및 살인에 그닥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작중에서도 아버지의 소주에 락스를 타는 장면이 나오나, 아버지는 결국 살아남았다. 어쩌면, 독성은 있으나 살인에는 부적합하다는 락스의 양면성이 (자살의 경우) 생에 대한 주인공의 의지 (내지는 미련), (살인의 경우) 일말의 죄책감을 상징하는 것은 아닐까.


발제문


1) 책 속에서 묘사되는 한국 사회의 모습들 중, 공감되거나 공감되지 않는 것은 어느 부분인가? 나는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하여' 살아가고 있나?


2) 지금 나를 감싸고 있는 '고치'는 무엇인가? ("나방은 누에고치에서 빠져나오려는 과정을 겪어야만 죽지에 힘이 생겨 날 수 있게 되는 거야." -코쿤룸 中-)


3) 현재 한국 사회에서 가장 문제되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4) 우리가 속해 있는 'MZ세대'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우리 세대는 무엇을 '안락사'시켜서 '안락사회'를 유지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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